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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유발 '이것', 국내 2명 중 1명 감염…"고염식·고지방식 피해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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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국내에서 2명 중 1명이 감염될 만큼 흔한 균이다. 그러나 흔하다고 해서 방치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균은 위염, 소화성 궤양, 위 선암, 말토마(malt 림프종) 등 다양한 위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내과 전문의 손석만 원장(하양속시원내과의원)은 "헬리코박터 균은 감염 시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위염, 궤양을 겪을 수 있고 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손 원장과 함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의 위험성과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눴다.

q.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어떤 균인가요?
국내 감염률이 50% 중반, 즉 2명 중 1명이 감염되어 있는 흔한 균입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70%~80%, 인도에서는 95% 이상, 선진국에서는 30%~40%의 감염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균은 국가별 위생 수준, 가정의 위생 수준, 사회·경제적 지위와 위생 수준이 감염률에 영향을 미칩니다. 위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감염률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생 수준이 높아진 최근 젊은 층에서는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이전 세대에 비해 감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균은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위장관에서는 위염·소화성 궤양·위의 선암·말토마 등을 일으킵니다. 특히, 이 균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위암에 걸릴 확률이 3~6배 높습니다.

q. 한국인들의 감염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된 감염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항문-구강 경로입니다. 대변으로 배출된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이 있는 경우 오염된 물 또는 음식물 같은 매개체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데요, 대부분 상수도 시설이 미흡한 지역이나 낙후된 국가에서 발생합니다.

두 번째는 구강-구강 경로입니다. 술잔, 찌개, 음식 등을 공유하는 경우나 엄마가 아이에게 음식을 씹어서 넣어주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신물이 올라오거나 구토할 때 소화관을 타고 몸의 위쪽으로 올라온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실제 치태와 타액에서 균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연구 기관에 따른 결과의 차이는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 균이 항상 소화관을 타고 몸의 위쪽으로 올라오진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q.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시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요?
대부분은 무증상이며, 20% 정도에서만 증상이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식도 역류증 등입니다. 헬리코박터는 감염을 제거하려는 신체의 시도를 회피하는 방법과, 조직 손상을 매개하는 요인들을 이용하여 우리 몸에 여러 증상과 질병을 일으킵니다. 헬리코박터 균은 감염을 제거하려는 우리 몸의 시도를 편모의 운동성,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효소인 유레아제(urease), 접착 요인을 이용해 회피합니다. 또한, 지질 다당류, 백혈구 모집 및 활성화 요인, 액포화 세포 독소, 세포 독소 관련 항원(caga), 외부막 염증성 단백질(opia-a 단백), 열충격 단백질 등을 사용해서 조직 손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는 가벼운 소화 불량, 급성 위염, 만성 활동성 위염, 만성 위축성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암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q.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일으키는 또 다른 질병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위장 간에서는 급성 위염, 만성 위염, 소화성, 궤양, 장상피화생, 위 선종, 위암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위장관 이외의 질병으로는 혈소판 감소 자반증, 악성 빈혈, 철 결핍성 빈혈, 심혈관계 질환, 뇌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장상피화생을 진단받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요, 이는 위의 내시경적 조직학적 변화를 의미하는 상태로, 만성 위염·만성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이형성증·선종·선암 그리고 결국 위암의 단계로 진행되는데, 이 진행의 한 단계가 장상피화생입니다.

이 단계에서부터는 정상으로 돌아가기가 힘듭니다. 장상피화생이란 실제 정상인의 위 점막 세포들이 가블렛 셀(goblet cell)이라고 부르는 소장의 점막 세포로 바뀌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위 상피세포와 점막 세포들이 손상되는 것을 위염이라고 하는데, 위염 초기에는 이러한 손상이 표층의 점막과 분비샘들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염증이 지속적으로 손상돼 점막과 분비샘을 파괴해서, 점막이 얇아지고 위축되면 만성 위축성 위염이 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의 상태에서 자극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점막 세포들이 위축되고, 결국 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형된 장상피화생이 되는 것입니다.

장상피화생이 장기간 이어지면 원래의 세포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장 점막이 아닌 다른 형태로 변합니다. 이를 이형성증이라고 합니다. 이형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도가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진행되는데요, 여기서 더 진행되면 선종, 선암 등이 됩니다.

이미 중증의 이형성부터는 선종이나 선암으로 취급되며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 등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에 헬리코박터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장상피화생이 있는 경우, 위암으로 진행할 확률이 4~11배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q. 치료 방법과 치료 기간이 궁금합니다.
치료는 1차 치료, 2차 치료, 3차 치료로 나누어집니다. 1차 치료에서 실패하면 2차 치료를 시행하고, 2차 치료에서 실패하면 3차 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1차 치료는 세균 감염 치료에 사용되는 클래리스로마이신(clarithromycin)이라는 항생제로 진행합니다. 이 항생제는 내성이 35% 정도로 높아서 치료 방법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시행한 후 치료하는 맞춤형 치료와 이와는 상관없이 치료하는 경험적 치료입니다. 두 경우 모두 위산 분비 억제 약물인 ppi와 두 가지 항생제(amoxicillin, clarithromycin)를 1주~2주 사용합니다. 이를 표준 치료라고 합니다.

맞춤형 치료는 내성 보유 여부에 따라 치료 방법에 차이를 두는 것인데요, 클래리스로마이신의 내성이 없는 경우 표준 치료인 3제 요법을 시행하고, 내성이 있으면 3제 요법에서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을 추가한 4제 요법을 시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험적 치료는 클래리스로마이신의 내성 검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표준 요법인 3제 요법을 하는 방법과 비스무스(bismuth)를 포함하지 않은 4제 요법을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 다 1주, 2주간 치료가 다 가능합니다. 이렇게 1차 치료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1차 치료에 실패하면 2차 치료를 하게 되는데, 2차 치료는 비스무스를 포함한 4제 요법을 말합니다. 여기서 또 실패를 하게 되면 3차 치료를 시도해 볼 수는 있습니다. 레보플로삭신(levofloxacin)이라는 3제 요법과 플로로키놀론(fluoroquinolone)이라는 3제, 4제 요법으로 시행합니다. 실제로 3차 치료는 많이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이 있다면 비스무스를 포함한 4제 요법을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한, 1차 치료 외의 치료법은 제균율이 82.5%로 효과가 비슷하고 재발률이 적습니다. 1년 뒤에 2%~3%, 2년 뒤에 10% 정도이고 그 이후 재발은 드뭅니다.

간혹 유산균이나 비타민 c 등을 섭취해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유산균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제균 요법으로 치료 시에 유산균을 함께 섭취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타민 c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치료율은 치료 약의 부작용과 과민 반응 등으로 인한 순응도, 약제의 내성이 영향을 미칩니다.

q. 한국은 현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국내 급여 기준을 살펴보면 소화성 궤양, 저등급 말트(malt) 림프종, 조기 위암 절제술 후, 혈소판 감소 자반증, 위 선종의 내시경적 치료 후입니다.

나머지는 전액 본인 부담입니다. 첫째, 부모와 형제 등 직계가족 중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전액 본인 부담입니다. 두 번째는 위축성 위염, 기타 진료상 제균 요법이 필요하여 환자가 투여에 동의한 경우, 헬리코박터균 감염 음성인 저등급 말트 림프종 환자에 제균 요법을 투여하는 경우입니다.

과거에는 전액 본인 부담인 경우는 치료를 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위암 발생 환자나 장상피화생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서 전액 본인 부담이더라도 치료를 권하고 있습니다.

q.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전해주세요.
위염은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이형성증, 선종, 선암 등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급격하게 진행시키는 요인이 바로 헬리코박터균, 흡연, 고염식, 고지방식, 숙주 요인입니다. 특히, 헬리코박터라는 균 감염 시 위암 확률이 증가하며 전 세계 위암 환자의 75% 정도가 이 균과 연관성이 있는 만큼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흡연은 위암의 위험 인자이기 때문에 술보다 더 해롭습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위암 환자가 1.5배~1.6배 더 많으며, 매년 8만 건의 위암이 발생하는 데 이 중 11%가 흡연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고염식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률을 증가시키고 헬리코박터균의 독성도 증가시킵니다. 가공육, 훈제육은 아질산염, 질산염 등의 첨가물이 들어 있어서 몸에 해롭습니다. 고지방식은 십이지장에서 담즙 분비를 증가시켜 담즙이 위로 역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 양성인 사람이 고지방식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위암 발생률이 증가합니다. 담즙산 역류가 발생해 장상피화생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숙주 요인은 고령, 남성, 위암 가족력이 있습니다. 55세~85세 사이에서 위암이 70% 이상 진단되고 남성이 여성보다 위암의 확률이 2배~5배 높으며, 위암의 가족력이 있을수록 발생률은 증가합니다. 이 외에 자가면역성 위염, 류마티스 질환 위암 발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하여야 하며, 그 뒤에 흡연, 고염식, 고지방 식사를 끊거나 줄여야 합니다. 이러한 습관을 적극적으로 행하여 위암의 진행을 늦추거나 막아야 합니다.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엽산, 야채, 과일 정도가 언급되지만, 효과는 미약합니다.

위암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극적 음식을 섭취하는 유행에 편승해 잘못된 식습관을 유지하게 된다면 만성 위축성 위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조기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제균 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