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이해서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주요 여행사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설날 연휴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은 전년 대비 최대 9,000%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설 연휴를 맞이해, 억눌려있던 보복 여행 심리가 터져 나와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해외여행지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다름 아닌 건강이다. 현지에서 아프기라도 하면, 애써 계획한 여행 일정이 모두 틀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만에 나선 해외여행을 알차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몸 관리가 최우선이다. 특히, 여행지에서 음식이나 물을 잘못 먹고 물갈이를 앓는 등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하는 것이 좋다.
물갈이, 청결하지 않은 물과 음식이 원인해외여행을 떠났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질환이 바로 물갈이다. 물갈이는 정식 의학 용어로 여행자 설사(traveler`s diarrhea)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는 환경이 바뀌거나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여행자 설사는 청결하지 않은 음식이나, 오염된 물을 먹었을 때 함께 체내로 유입된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장독성 대장균(enterotoxigenic e. coli, etec)은 가장 흔한 감염원으로 20~70%의 여행자 설사는 장독성 대장균에 의해 발생한다. 이외에도 이질균, 살모넬라균도 드물지 않게 여행자 설사의 감염원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수도시설 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여행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여행자 설사를 자주 경험한다. 질병관리본부 전염병 대응센터 역학조사팀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자의 20~50%가 여행자 설사를 경험하며, 여행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여행지의 전염병 발생 현황, 여행 시기, 숙박 장소 등이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발열이 동반되면 감염성 장염 의심해야보통 여행자 설사는 여행 첫 주에게 발생한다. 하지만, 감염원에 따라서 귀국 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등 어느 때라도 발생할 수 있다. 전형적인 증상은 물 설사로 하루 4~5회가량 설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외에도 구역질, 구토, 복부 팽만 및 경련, 전신권태,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 설사는 경증으로 특별한 치료가 없어도 2~3일이면 자연치유가 된다. 이때 탈수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물이나 이온 음료를 충분히 마셔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수분 보충은 목마름이 없어지고, 소변의 색이 투명해질 때까지 하면 된다. 다만, 8시간 안에 3회 이상 설사를 하고 구역질, 구토,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항생제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이닥 외과 상담의사 김혜정 원장(서울유항외과의원)은 "일반적인 여행자 설사의 경우 발열이 동반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라고 말하며, "설사와 복통 그리고 발열이 동시에 발생했다면 여행자 설사보다는 감염성 장염 등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참고로, 대표적인 감염성 장염으로는 콜레라가 있다.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감염되었을 때 발생하는 질환으로 혈성 또는 점액 설사, 복통, 고열 등이 증상이 나타난다. 콜레라는 여행자 설사와는 다르게 심하면 탈수 등으로 인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아야 한다.
간단한 여행자 설사 예방법, 물은 사서 마시자!여행을 통째로 망칠 수 있는 여행자 설사의 예방법은 간단하다. 현지의 수돗물과 그 수돗물로 만든 얼음 섭취를 피하고, 물은 반드시 사서 마시는 것이다. 또한, 우유나 유제품이 여행자 설사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아 조심하는 것이 좋다. 청결하지 않은 음식도 피해야 한다. 특히, 길거리 음식의 경우 조리방식이나 조리 공간이 깨끗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깨끗하고 안전한 곳에서 조리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채소 샐러드나 과일보다, 완전히 익힌 음식이나 포장 음식을 먹는 것을 권장한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혜정 원장 (서울유항외과의원 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