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지만 취하는 질환이 있다. 소화기관발효증후군(gut fermentation syndrome)으로도 알려진 자동양조증후군(auto-brewery syndrome, abs) 이야기다. 자동양조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과거에는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 혹은 도시 괴담으로만 여겨졌다. 1912년 첫 사례가 학계에 보고되기는 했지만, 관련 연구가 몇 건 존재하지 않는다. 1970년대 일본에서 20~30명의 환자가 발생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10년 뒤인 1980년대나 되어서야 첫 사례가 보고되었다.
자동양조증후군은 체내에서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질환이다. 자동양조증후군 환자의 소화기관에는 모종의 이유로 효모가 존재하는데, 이 효모가 체내로 들어오는 탄수화물이나 포도당을 알코올로 변화시킨다. 말 그대로 체내에 술을 자동으로 생산하는 양조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국 앨라배마 대학교-버밍엄(university of alabama at birmingham) 파하드 말릭(fahad malik) 박사는 "자동양조증후군 환자는 한 방울의 술도 입에 대지 않아도, 몸에서 술 냄새가 나며 나른함, 비틀거림 등 술에 만취한 사람과 똑같은 증상을 보인다"라고 설명하며, "알코올 중독자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자동양조증후군이 심해지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데, 2014년에 보고된 한 자동양조증후군 환자의 경우 체내 알코올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져 뇌출혈이 발생해 긴급 수술받기도 했다. 다행히도 자동양조증후군은 희귀한 질환이지만, 치료할 수 없는 난치성 질환은 아니다. 소화기관 내 박테리아 환경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만 해도, 증상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미국 cnn이 2019년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리치몬드 대학병원(richmond university medical center, rumc) 의료진이 자동양조증후군 환자의 식단에서 탄수화물과 포도당을 배제하고, 항진균제 치료법과 생균제 처방을 병행해 증상 개선에 성공했다. 치료받은 환자는 종종 호흡 알코올 농도 검사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인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2020년에는 벨기에 겐트 대학병원(ghent university hospital) 의료진이 저탄수화물 식단과 항진균제 처방으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은 자동양조증후군 환자에게 대변 이식 수술을 치료하기도 했다. 환자는 수술 후 34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한편, 자동양조증후군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다.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한 항진균제가 우울감, 기억력 상실, 공격성 등 알코올 금단현상과 비슷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완치 후에 다시 재발하는 예도 있어 평생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불편함을 품고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