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110건’. 지난 한해 화재 발생 건수다. 2022년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335명, 재산 피해는 11억 6,500만 원에 달한다. 2023년 새해에도 크고 작은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어제(9일) 하루만 보더라도 부산 오프스텔 건물 주차타워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으며, 세종시 국도를 달리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났다.화재 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화재 발생 시 한순간의 방심과 부주의가 소중한 재산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평소 화재 사고 발생 시 대처 방법을 숙지해 두고, 화재 예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화재가 우리 몸에 남기는 문제”화재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화염 화상을 꼽을 수 있다. 화재 사고로 인한 화상은 대개 2도 화상 이상으로, 상처가 깊다는 특징이 있다. 1도 화상의 경우 별다른 합병증이나 후유증 없이 낫지만, 2도 화상부터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 후에도 흉터가 남을 수 있다. 이차 감염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화상을 입은 부위에 이차 감염이 생긴 경우 치유가 늦고, 켈로이드(keloid)가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이차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있다. 흡입 화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흡입 화상이란 고온의 열기를 흡입하거나 이산화탄소, 연소 물질 흡입으로 손상을 받은 경우를 말한다. 흡입 화상은 화재로 인한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상부기도, 하부기도를 비롯하여 폐포에도 직접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화재가 남기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일산화탄소 중독이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일산화탄소가 많은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어 헤모글로빈이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와 더 많이 결합하고, 그 결과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상실되어 조직의 저산소증을 유발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산화탄소의 주요 증상은 두통, 현기증, 구토, 메스꺼움 등이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과 의식소실, 그리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화재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방법”불을 발견했을 때는 우선 “불이야!”라고 소리치거나 비상벨을 눌러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불길이 작다면 소화기나 물로 신속하게 끄고, 불길이 클 때는 지체하지 말고 대피한다.대피 시에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대피해야 한다.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되, 아래층으로 대피할 수 없는 경우라면 옥상으로 대피한다. 이때 연기가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화상을 입지 않도록 젖은 수건이나 담요로 몸과 얼굴을 감싸고 대피해야 한다. 혹 불길이 번져 건물 밖 혹은 옥상으로 대피할 수 없는 경우라면 연기가 방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옷이나 이불 등으로 막은 후 구조를 기다린다.신고는 안전하게 대피한 다음이다. 불을 발견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119에 신고 하는 것이 좋지만, 신고하느라 대피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화재 신고 시에는 화재 발생장소 등을 간단?명확하게 알려야 하며, 소방대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는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후에는 인원을 확인하고, 주변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출동한 소방관에게 알린다.대피 후 화상을 입은 것이 확인된다면 물로 20분 이상 화상 부위를 식혀준다. 멸균한 거즈에 생리식염수를 묻혀 12~25도로 냉각한 다음 화상 부위에 대는 것도 방법이다. 옷을 입은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면 절대 옷을 억지로 벗으면 안 된다. 피부 일부가 의복과 함께 벗겨질 수 있기 때문. 옷을 가위로 자르거나 피부를 충분히 냉각시킨 후에 서서히 벗어야 한다. 응급조치가 끝났다면 깨끗한 마른 거즈 등으로 환부를 느슨하게 덮어준 뒤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흡입 화상이 의심된다면 조속히 의복을 느슨하게 풀어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한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흡입 화상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으로는 △연기가 많이 발생한 지역이나 지하실에서 환자가 있었던 경우 △환자의 안면부에 화상의 흔적이 있는 경우 △숨소리가 거친 경우나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 △가래에서 검은 가루가 나오는 경우 등이 있다. 흡입 화상을 입은 환자의 기도 유지가 어려운 경우 기도 확보를 실시하고, 호흡 또는 심장 정지가 발생한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을 시작한다.일산화탄소 중독이 일어났을 때 역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중요하며 의식이 없는 경우 기도 확보를, 호흡이 없는 경우 인공호흡을 실시해야 한다. 심각한 일산화탄소 중독일 경우 속히 의료기관에서 마스크를 통해 고농도 산소를 투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