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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질환 '췌장암'...국내 연구진이 원인 찾아내

최근 국내 연구진이 췌장암의 원인을 찾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고려대학교 유전단백체연구센터(교육부 핵심연구지원센터) 이상원 교수 연구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협력연구를 통해 췌장암의 발병 원인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22일(한국시간 12월 23일) 암 연구 분야의 최상위 학술지인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 온라인판에 실렸다.



췌장암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아직 효과적인 전신 치료 방법이 없는 췌장암국내에서는 연간 8,000여 명 이상의 췌장암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췌장암은 2019년 기준으로 암 관련 사망 원인 5번째일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생존율은 매우 낮다. 최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3.9%로, 전체 암 생존율인 70.7%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이유인즉슨,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암 치료에 핵심인 조기 발견이 어려우며,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도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른 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생존율이 95%를 상회하지만, 췌장암의 경우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30%에 불과하다. 췌장암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바로 효과적인 전신 치료 방법의 부재다.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췌장암 환자 중 10%만 치료 혹은 완치가 가능하다. 나머지 90%의 환자는 암이 주요 혈관으로 침범하거나 전신으로 전이되어 항암제나 수술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심지어 췌장암 항암 치료는 아직까지 환자의 종양학적 특성 및 반응성을 고려하지 않아, 80%가 넘는 환자들이 치료 반응성이 전혀 없는 항암 치료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고통받고, 경제적 낭비를 하고 있다. 때문에 췌장암 환자들의 의미 없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췌장암이 발생하는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국내 연구진, 췌장암의 원인을 발견하다지금까지 췌장암 기초 실험은 소수의 암세포주를 통한 실험과 유전체 변이, 기능 탐색이 대부분이라 치료 불응성을 가진 환자와 그 원인을 밝혀내는데 큰 효과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유전체, 단백체 및 생물학적 기전 연구 분야 국내 최고 기초연구자들과 췌장암 임상의사들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진은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선별된 췌장암 환자 150명의 암 조직과 혈액 시료를 받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기반 유전체 분석과 질량분석기반 단백체 분석을 동시 실시했다. 그 결과 약 1만 2,000여 개의 체세포 변이들 중 췌장암 발병과 연관 있다고 알려진 변이 유전자 7종(kras, tp53, cdkn2a, smad4, arid1a, tgfbr2, rb1)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불어 변이와 인산화 사이에 존재하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밝혀, 변이 유전자들이 췌장암 발현과 관련된 중요한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고 있음도 입증했다. 연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연구진은 기존의 연구와는 다르게 유전체 분석과 단백체 분석을 동시에 시행했다. 덕분에 조직학적으로 동일한 췌관선암에서 임상치료 성적과 발병 원인이 매우 다른 여섯 종류의 췌장암 유형을 분류하는데 성공했다. 여섯 종류의 췌장암 유형들은 각각 다른 세포 신호전달경로를 보유하고 있는데, 연구진은 이를 이용하면 췌장암 치료법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고려대학교 이상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치사율이 높은 췌장암에서 기존 치료가 효과가 없는 여러 가지 이유를 유전단백체 분석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하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밀 진단과 맞춤형 치료방법 개발과 적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